골프가 늘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시 스윙하게 만든 진심
골프가 항상 재미있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기대만큼 늘지 않는 실력과 남들과 비교되는 마음, 무너진 멘탈은 가끔 나를 좌절하게도 만듭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속에서도 결국 다시 클럽을 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돌아보며, 골프를 통해 얻은 깊은 배움을 나눕니다.
골프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이유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의 설렘을 기억합니다. 기대에 부풀어 골프장에 섰고, 나도 곧 잘 치게 될거라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연습을 해도 실력은 늘지 않았고, 스크린에서는 그럭저럭 괜찮던 샷도 필드만 나가면 엉망이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나만 제자리에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 시기, 제 마음은 많이 흔들렸습니다. ‘나랑 이 운동은, 안 맞는 거 아닐까?’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나을지도 몰라.’ 실망은 점점 커졌고, 실수를 반복할 때마다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내 삶의 일부 처럼 즐겁게 느껴졌던 골프가 어느 순간 부담스럽고 재미없는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요. 특히 내가 좋아했던 것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 시작하면서 그 감정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실력이 늘지 않는 좌절감과 동반자들과의 비교, 멘탈이 무너지는 경험들이 쌓이면서 마음속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골프가 내게 맞지 않는 운동이라고, 차라리 다른 취미를 찾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죠.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골프
골프는 유독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운동인것 같습니다. 샷이 무너지는 날이면 “왜 이것밖에 못 해?”, “도대체 연습은 왜 한 거야?” 이런 말들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자꾸 나 자신을 다그치게 되고, 자존감 마저 흔들리게 되었죠. 어느날 친구들과 신랑이 함께한 라운딩이 있었습니다. 한 홀에서 OB를 두 번 내고, 퍼팅도 무려 3번이나 하게 되었죠. 모든 홀이 긴장의 연속이었고, 실수할 때마다 얼굴이 달아올랐고 화가 났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 샤워를 하다가 문득 울컥했습니다. ‘골프를 왜 시작했지?’ 자책감 마저 밀려왔고, 그날의 무기력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걸 하고 있지?’ ‘왜 나는 이렇게 못하지?’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골프는 유독 '나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나는 나를 다그치게 됩니다. ‘연습을 이렇게 했는데 왜 안 돼?’ ‘이 정도면 잘할 줄 알았는데 왜 그 모양이지?’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고, 자존감은 흔들립니다. 그날 이후 며칠간 저는 골프채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연습장에도 가지 않았고, ‘이제 진짜 그만하자’고 신랑에게 선언까지 했습니다. 그때는 마음속에 진짜로 ‘끝’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고 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조금 흐르자 마음 한켠이 허전하고 다시 시작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그래도 한 번만 더 쳐볼까?’ 아주 조심스럽고, 작은 마음이었지만 그 마음이 결국 저를 다시 연습장으로 이끌었습니다.
포기의 순간이 전환점이 되다
사람 없는 구석 자리에 조용히 앉아 천천히 클럽을 쥐었습니다. 스윙을 몇 번 하면서 처음 골프를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클럽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면서 친구와 낄낄 웃으며 연습했던 날들, 똑딱이에서 하프 스윙으로 넘어가던 순간들, 드라이버로 100미터 날렸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는 ‘잘 치는 골퍼’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계속 치는 골퍼’가 되고 싶었던 거였다고요. 골프를 잘하는 것보다 꾸준히 치는 게,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그 순간이 없었다면, 이런 깨달음을 얻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골프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입니다. 오늘은 포기하고 싶고, 내일은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운동처럼 느껴집니다. 그만큼 골프는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스포츠입니다. 지금 골프가 지겹고, 어렵고,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괜찮습니다. 잠깐 멈추는 것도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완전히 그만두지 마세요. 언젠가 다시 클럽을 쥐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때, 여러분 안의 진심이 다시 스윙하게 만들 겁니다. 포기의 순간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골프를 좋아했던 그 순수한 마음, 그게 진짜 우리의 원동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