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골프장 안개 라운드, 예기치 못한 하루의 시작

by 버디 요정 2025. 7. 18.

 

짙은 안개가 낀 어느 봄날 아침, 우리는 예정대로 라운드를 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시야는 흐렸고 클럽 헤드가 공을 제대로 맞추기조차 어려운 상황. 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평소보다 더 집중하며 플레이를 이어갔습니다. 그날의 경험은 골프가 단순히 실력만으로 결정되는 운동이 아님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하루였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해서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안개속 라운딩 이야기, 그날의 기록을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봄날 아침, 짙은 안개 속으로 향하다

전날 밤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일기예보 에서도 큰 이상은 없었고,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티타임을 예약했습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 그때는 마냥 기분이 좋았습니다.하지만 얼마 못가 우리는 예상치 못한 장면과 마주쳤습니다. 골프장 입구부터 시작된 짙은 안개는 페어웨이와 그린까지 온통 하얗게 덮고 있었습니다. 운전 중에도 앞차의 후미등만 겨우 보일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려웠는데, 이 상태에서 과연 골프가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갑자기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오랜전에 잡은 약속이고, 바쁜 친구들이 시간을 조율해서 만든 귀한 날이기에 우리는 플레이를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일단 기다려 보자는 안내를 받았고, 친구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라운지에서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 시간쯤이 지나 안개는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고, 우리는 첫 번째 홀로 향했습니다. 안개속 라운드는 처음이라 걱정도 되고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아직 안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공의 방향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감각에 의존하며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한된 시야 속에서의 집중과 협동

안개가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의 골프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게임처럼 느껴졌습니다. 티샷을 하고 나면 공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페어웨이에서는 캐디의 목소리나 동반자의 말에 집중하고 의존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시각에만 많이 의존했던 스윙과 퍼팅은 오히려 감각과 집중력, 그리고 팀워크의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3번 홀에서는 공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보지 못해, 함께 수색대를 꾸린 듯 온 페어웨이를 헤매기도 했습니다. 어떤 친구는 비거리 감으로 러프를 찾기 시작했고, 또 다른 친구는 볼의  방향을 기억해두었다며 자신 있게 안내했습니다. 그 과정은 하나의 작은 모험 같았고, 우리는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나누며 한 홀 한 홀을 넘겼습니다.

이날 만큼은 누구의 스코어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안전하게, 그리고 함께 플레이를 완수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되었습니다. 퍼팅 시에는 거리 감각을 서로 조율하며, 경사를 잘 보지 못할 때는 캐디와 친구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그만큼 더 조심스럽고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이어졌습니다.

예기치 못한 환경이 만들어준 특별한 추억

라운딩 내내 안개는 완전히 걷히지 않았습니다. 오후가 되어 해가 떠올랐을 때조차 시야는 평소처럼 밝지 않았고, 때때로 짙은 안개가 다시 밀려오며 시야를 가로막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변화를 억지로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날씨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감성의 라운딩을 즐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골프장 전체를 감싸는 잔잔한 새소리, 안개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나무 실루엣, 그 위로 흩어지는 햇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고도 평화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중간에 들른 클럽하우스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날의 라운딩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눈도 피곤했고, 안개 속에서 공을 찾으며 생긴 체력 소모, 그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정신적인 집중까지. 하지만 그 모든 피로는 친구들과 나눈 대화와 웃음, 그리고 함께 먹은 따뜻한 국물 요리로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날도 나쁘지 않네”라는 친구의 말에 우리는 서로 미소를 지었고, 그 말이 하루 전체를 요약해주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이날 자연의 변덕스러움이 때때로 가장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환경에서,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플레이하고 싶어 하지만, 인생도 골프도 언제나 그런 조건에서만 펼쳐지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예기치 못한 변수 속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였습니다. 불만보다는 유연함, 짜증보다는 유머, 혼자보다는 함께였기에 이 날의 라운딩은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짙은 안개 속에서의 골프는 결코 쉬운 경험은 아니지만, 그 어떤 쾌청한 날보다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코어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며 응원했던 순간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 했던 노력,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따뜻한 감정까지. 골프는 실력의 스포츠인 동시에 태도의 스포츠이며,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어쩌면 이날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의 라운딩에서도, 우리는 이 날처럼 순간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함께 걷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것입니다. 때론 흐린 날씨가, 때론 안개 낀 아침이,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기억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걸 이 날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