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에서만 스윙을 하다 처음으로 필드에 나간 날, 온몸이 긴장됐지만 새로운 세계가 열렸습니다. 골프를 시작한 지 4년 차, 직장인 여성 골퍼의 첫 필드 적응기.
필드 나가는 날, 전날 잠 못 이루던 이유
처음 필드에 나간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전날 밤, 설렘과 긴장이 뒤섞여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엔 “OB 나면 어떡하지?”, “너무 못 치면 민폐 아냐?” 하는 걱정뿐이었죠. 골프채 정비하고, 옷을 여러 벌 꺼내 입어보고 정리하고, 심지어 모자까지 다려놓을 정도로 들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골프를 시작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무렵, 드디어 연습장에서 벗어나 ‘진짜 골프’를 하러 가는 날이 았습니다. 출발부터 긴장, 티박스에 서니 다리까지 떨리더라 중학교 친구와 신랑이 함께 팀을 이뤄 새벽 5시에 출발했습니다. 차 안에서는 다들 웃고 떠드는데, 저는 속으로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어 머릿속이 하얘졌죠. 클럽하우스에서 조식을 먹을 때도 밥이 입으로 들어 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번 홀 티박스. 드라이버를 손에 쥐고 섰는데, 연습장에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머릿속은 완전히 생초보로 돌아간 느낌, 땅도 약간 경사져 있고 페어웨이는 너무 넓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까지 탁 트여 있었어요. ‘머리 고정 하고 스윙만 제대로 하자’ 다짐하며 힘껏 쳤는데… 역시나 공은 허무하게 데구르르 굴러 우측으로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처음은 다 그래~ 다시 쳐봐” 하며 웃어주어서 마음이 좀 놓였어요. 신랑도 캐디님도 긴장하지 말라며 응원해 준 덕분에 한 타 한 타, 조심조심 이어가며 어찌어찌 첫 홀을 마무리했습니다. 점수는 중요하지 않았고, 일단은 ‘끝까지 따라가자’가 제 목표였죠.
자연과 호흡하는 기분, 이래서 골프에 빠지는구나
그리고 몇 홀 지나자 조금씩 긴장이 풀렸습니다. 몸이 풀리면서 그제야 눈에 들어온 필드의 풍경은 정말 감동이었어요. 드넓은 초록 잔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저 멀리 산 능선까지 이어지는 경치. 마치 여행 온 기분이었죠.풍경을 보고 있으니 긴장 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답니다. 특히 파3 짧은 홀이었는데, 공이 핀 근처에 잘 붙었을 땐 친구들과 신랑이 박수쳐주며 “나이스 온!” 해줬어요. 연습장에선 느낄 수 없던 짜릿한 기분. 그 한 번의 성공으로 다시 힘이 솟았습니다. 실수가 많았던 라운딩 이었지만, 친구들과 신랑이 함께 걷고 이야기 나누고, 때로는 실패를 위로받고, 가끔씩은 웃음을 터뜨리며 보낸 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필드에서는 단순히 ‘공을 잘 치느냐’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해보면 세상이 달라져요
첫 필드 라운드는 결코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OB도 여러 번 냈고, 벙커 에서도 몇 번이고 휘청거리며 헤매고 헛스윙도 여러번 했지만 그런 실패보다 더 크게 남은 것은 ‘해냈다’는 성취감과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다는 희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저는 골프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될 수 있겠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혹시 아직도 필드 나가는 걸 망설이고 계신다면, 꼭 한 번 나가보시길 권해요. 연습장 에서만 치는 골프와는 정말 다른 감동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필드에 서면 내가 얼마나 성장 했는지를 몸으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게 골프의 진짜 매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