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처음 배우고 필드에 나간다는 건, 정말이지 설렘 반, 두려움 반의 연속이었어요. 멋진 드라이버샷을 날리는 상상을 하면서도, 동시에 '혹시나 내가 민폐가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저를 따라다녔죠. 특히 동반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쳤던 그때의 경험은 솔직히 말해서 꽤나 힘들었습니다. 그 압박감 속에서 필드에 대한 즐거움보다는 부담감이 더 컸던 시절, 오늘은 그때의 솔직한 감정들과 제가 어떻게 그 시간을 극복했는지 여러분과 함께 나눠볼까 해요.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첫 라운딩 날. 새벽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골프장으로 향했습니다. 푸른 잔디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들의 풍경은 마치 그림 같았죠. '아, 이게 바로 골프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그 감탄도 잠시, 막상 티박스에 올라서니 연습장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저를 덮쳤어요. 눈앞에는 넓은 필드가 펼쳐져 있는데, 제 머릿속은 온통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죠.
빨리빨리! 재촉하는 시선이 느껴질 때의 압박감
한 홀, 한 홀 지날수록 제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어요. 연습장에서는 충분히 생각하고 천천히 스윙할 수 있었는데, 필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앞 팀과의 간격은 유지해야 했고, 뒤 팀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급했죠. 마치 초 단위로 움직이는 경주마처럼 '빨리 쳐야 해! 서둘러!'라는 알 수 없는 압박감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제가 한 번이라도 더듬거리거나 공이 잘 안 맞아서 여러 번 헛스윙을 하거나,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리면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마치 심장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춤을 추는 것 같았죠.
혹시라도 동반자들이 "쟤 때문에 라운딩이 지연되잖아"라고 생각할까 봐 노심초사했습니다. 티박스에 올라설 때마다, 그린 위에서 퍼팅을 할 때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시선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기분이었어요. 손에 땀이 흥건해지고, 심지어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경험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 압박감 때문에 스윙은 더 엉망이 되고, 공도 더 안 맞아서 스스로에게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골프를 즐기는 게 아니라, 마치 시간에 쫓기는 시험을 보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라운딩을 했던 거죠. 그 압박감 때문에 웃으면서 쳐야 할 골프가 오히려 큰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아, 다음 홀에선 제발 잘 맞았으면..." 하는 소원이 매 홀마다 간절해졌어요.
한 번은 파3 홀에서 저의 차례가 왔는데, 그린 주변에 해저드가 있었어요. 왠지 모르게 그 해저드가 저를 노려보는 것 같았죠. 공을 떨어뜨릴까 봐 잔뜩 긴장해서 쳤는데, 역시나 공은 해저드 속으로 풍덩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때 동반자들이 힐끗 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로 아무 말도 안 하셨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으악! 또 민폐다!'라는 비명이 터져 나왔죠. 그 순간부터는 남은 라운딩 내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제 스윙은 더욱 망가졌습니다. 마치 무거운 갑옷을 입고 골프를 치는 듯한 기분이었달까요.
실수할까 봐 두려웠던 순간들: 숨고 싶은 마음
초보 골퍼에게 실수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입니다. 저도 그랬어요. 벙커에 공을 빠뜨리거나, OB(아웃 오브 바운스)를 내는 건 기본이었죠. 그런데 이런 실수를 할 때마다 '동반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나 때문에 재미없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제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마치 제 실수 하나하나가 거대한 죄인 양 느껴졌어요. 혹시나 저 때문에 분위기가 나빠지거나, 즐거운 라운딩이 망가질까 봐 두려웠죠.
어느 날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을 해야 했는데, 몇 번을 쳐도 공이 그린에 올라가지 않고 계속 굴러 떨어지는 거예요. 마치 공이 저를 비웃는 것 같았죠. 다른 분들은 이미 홀 근처에 공을 붙여놓고 저를 기다리는데, 저만 계속 헛발질을 하고 있으니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그건 더워서가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이었어요. '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때 제가 느꼈던 감정은 정말 복잡했어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동반자들에게 미안하고, 동시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필드의 아름다운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오직 제 실수만이 거대한 산처럼 크게 보였죠. 제 시야가 좁아지고, 숨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사실 동반자들은 저를 배려해주고 격려해주기도 했어요. "괜찮아,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라며 따뜻하게 다독여주셨죠. 어떤 분은 "누구나 첫 라운딩 때는 그랬어, 걱정 마"라고 말해주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미 제 마음속에는 '나는 지금 남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어서, 그 따뜻한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모든 게 제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마치 제 자신이 커다란 짐 덩어리처럼 느껴졌으니까요. 캐디님께서도 "괜찮아요, 천천히 치세요"라고 말씀하셨지만, 제 귀에는 '빨리 치세요'로 들리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혼자서 헤쳐나가는 법을 배우다: 마음의 변화
이런 아프고 힘든 경험들을 몇 번 겪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는 골프를 오래 못 할 것 같다'고요. 남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제가 골프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골프가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가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마음가짐부터 바꿔보기로 한 거죠.
첫째, 저 자신에게 더 관대해지기로 했어요. '초보니까 실수하는 건 당연해! 누구나 처음엔 이랬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공이 잘 안 맞아도 '괜찮아, 다음 샷에 집중하자! 아직 18홀이나 남았어!' 하고 마음을 다잡았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니, 그동안 저를 옥죄던 긴장감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꽁꽁 묶여있던 끈이 느슨해지는 기분이었죠.
둘째, 주변 시선보다는 제 플레이에 온전히 집중했습니다. 동반자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 하는 걱정 대신, 제가 어떤 스윙을 해야 할지, 공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오직 제 샷에만 온전히 집중했어요. 물론 처음엔 다시금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의식적으로 제 샷에만 몰두하려고 노력했죠.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놀랍게도 스윙이 더 편안해지고 공도 훨씬 잘 맞기 시작했습니다. 불안의 늪에서 벗어나니 몸이 제 말을 더 잘 듣는 신기한 경험을 한 거죠.
제가 실천했던 작은 변화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미리 동반자에게 솔직하게 양해 구하기: 라운딩 전에 "제가 아직 초보라서 속도가 좀 느릴 수 있어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의외로 다들 괜찮다며 웃어주셨고,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솔직함은 저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 나만의 티샷 루틴 만들기: 티샷을 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거나, 클럽을 잡고 나만의 빈 스윙 루틴을 만드는 등,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저만의 방식을 만들었어요. 주변 소음이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루틴에만 집중하니, 훨씬 더 안정적으로 샷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즐기는 마음 잊지 않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필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동반자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샷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내가 이 멋진 곳에서 골프를 치고 있구나! 이건 정말 행복한 시간이야!' 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죠. 스코어가 망가지더라도, 다음 홀에서 멋진 샷을 날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연습을 했습니다.
- 작은 성공에 기뻐하기: 드라이버가 페어웨이에 안착하거나, 아이언이 그린에 올라가거나, 퍼팅이 홀컵 가까이 붙었을 때 작은 성공에도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이런 작은 기쁨들이 쌓여 저에게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 레슨과 연습 꾸준히 병행하기: 필드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레슨과 연습으로 채워 나갔어요. '필드에서 이러이러한 실수를 했다'라고 코치님께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했죠. 연습장에서 흘린 땀은 필드에서 저를 더욱 빛나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필드에 나가면 예전처럼 눈치를 보는 대신, 제 플레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어요. 물론 여전히 실수를 하지만, 그때마다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홀 한 홀을 끝낼 때마다 제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스스로 칭찬해 주는 여유도 생겼어요. 동반자들의 눈치를 보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저는 훨씬 더 단단하고 즐거운 골프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때의 아픔이 지금의 행복을 가져다준 셈이죠.
혹시 지금 여러분도 저처럼 동반자들의 시선 때문에 골프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집중하고, 골프를 통해 얻는 즐거움을 잊지 않는 것이에요. 우리 모두 나만의 속도로, 행복한 골프를 즐겨봐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저처럼 눈치 골프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