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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강행한 라운딩, 젖은 그린 위에서 피어난 우정의 기억

by 버디 요정 2025. 7. 17.

 

골프는 날씨와 함께하는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때러는 일기예보를 믿고 강행한 라운드가 예상치 못한 비나 눈 바람과 마주하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40대 직장인 골퍼로서 친구들과 함께한 어느 비 오는 날의 라운딩 이야기를 풀어려고 합니다. 빗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우리들, 젖은 옷과 미끄러운 스윙 속에서도 끝까지 함께했던 그날은, 단순한 고생 이상으로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불편함 속에서 발견한 우정과 배려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골프공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이미지

하늘은 흐렸지만, 마음은 맑았던 그날 아침

일기예보는 하루 전부터 비 소식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올 확률은 애매한 30%. “내려도 잠깐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우리는 예정대로 라운드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몇 주 전부터 어렵게 잡은 티타임이었고, 모두의 일정이 맞춰졌던 날이었기에 취소하기엔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이른 아침 골프장에 도착했을 땐, 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지만 다행히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잠깐씩 올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는 라운딩 준비에 들어갔죠. 우비와 여벌 장갑을 챙기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 했지만 마음 한켠엔 ‘그래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남아 있었고 신나기만 했습니다. 첫 두 홀은 비교적 무난했습니다. 잔디가 약간 젖어 있었지만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었고, 스코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홀에 들어서자, 갑작스레 하늘이 열리고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꺼낼 새도 없이 급하게 카트로 뛰어들었고, 잠시 비를 피한 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중단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할 것인가. 결국 “이왕 나왔는데 끝까지 가자”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다시 클럽을 들었습니다. 갑작스런 천둥 번개가 쳐도 카트에서 잠깐 비를 피한 후 다시 필드로 나가기를 반복 했습니다 이미 몸은 젖었고, 공은 물기 있는 페어웨이 위에서 전처럼 잘 나아가주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우리는 더 많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비와 함께한 라운딩, 불편함 속에서 피어난 배려

비가 오는 날의 라운딩은 상상 이상으로 어렵습니다. 장갑은 금방 젖어 미끄럽고, 클럽은 손에서 빠질까 조심스러워집니다. 공은 물기를 머금고 예상보다 덜 굴고, 벙커는 질척해져 빠지면 더 힘듭니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우린 계속 걸었습니다. 누구도 먼저 포기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은 모자도 쓰지 않고 스윙하다 머리가 흠뻑 젖었고, 또 다른 친구는 젖은 티에 공이 붙어 공이 툭 떨어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그런 장면마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고, 스코어는 점점 중요하지 않아졌습니다. 각자의 백에서 조심스레 꺼내 건네는 여벌 장갑과 수건, 젖은 클럽을 닦아주는 손길은 그 자체로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퍼팅을 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쏟아진 소나기 속에서 다 같이 퍼팅을 멈추고 그냥 서 있었던 순간입니다. 우산도 없이 말없이 빗속에 서 있다가, 한 친구가 갑자기 “이 순간도 언젠간 웃으면서 떠올리겠지?”라고 말했고, 모두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정말 그렇게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비는 결국 후반 홀 즈음엔 잦아들었고, 젖은 옷이 조금씩 마르며 우리는 마무리 퍼팅을 했습니다. 다 마친 후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 입으며 모두가 한마디씩 했습니다. “오늘 진짜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재밌고 너무 좋다.” 그날의 불편함은 몸에만 남았고, 마음엔 이상할 정도로 깊은 설레임이 자리했습니다.

우정은 날씨를 타지 않는다, 비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면

그날의 라운딩은 분명히 힘들었습니다. 물기에 젖은 스윙, 불편한 클럽 그립, 미끄러운 페어웨이와 감기 걱정까지. 그럼에도 그 라운딩은 기억 속 가장 따뜻한 하루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나 혼자였더라면 분명 포기했을 그 순간을, 함께였기에 웃으며 넘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골프는 혼자 하는 스포츠 같지만, 결코 혼자 해서는 안 되는 운동이라는 걸 그날 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동반자의 존재,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작은 배려와 웃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비 오는 필드 위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날씨는 변덕스러웠지만, 우리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도 비 소식이 있는 날이면 문득 그날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상하게도, 약간의 비쯤은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고생도, 젖은 옷도, 스코어도 모두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지만, 함께 나눈 우정과 웃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 지니까요. 골프는 스윙보다 함께 걷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만드는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필드에 나섭니다, 날씨와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