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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안 나올 때도 골프가 즐거운 이유

by 버디 요정 2025. 8. 5.

골프 코스 사진

골프를 하다 보면 매번 만족스러운 스코어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날들이 ‘왜 이렇게 안 맞지?’ 싶은 순간의 연속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계속 골프장을 찾게 될까요? 스코어는 실망스러웠지만, 골프는 여전히 즐거웠던 그 이유에 대해,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초보 골퍼부터 90타 벽을 깨고 싶은 분들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짜 골프의 매력을 함께 나눠봅니다.

“오늘은 망했어”라고 말한 그날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

골프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뭔가 불안했습니다. 몸이 무거웠고, 연습 스윙마저 감이 없었습니다. 1번 홀 티샷은 오른쪽 숲으로 빨려 들어갔고, 2번 홀에서는 아이언이 그린 앞 러프로 짧았습니다. 그렇게 전반 9홀을 마쳤을 땐 벌써 55타. 속상함은 당연했고, ‘오늘은 그냥 망쳤다’는 말이 입에서 나왔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은 편안했습니다. 동반자들과 웃으며 걷던 시간, 그늘집에서 마신 시원한 이온음료, 짧은 퍼팅이 들어가며 외쳤던 “나이스!”의 순간들. 스코어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날의 골프는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예전에는 한 샷이 엉망이면 하루 종일 찡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골프를 잘 치고 싶지만, 즐기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코어는 숫자일 뿐이고, 골프는 사람과 자연과 감정이 어우러지는 아주 오묘한 스포츠라는 걸 점점 깨닫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는 골프장에서의 작은 순간들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됐습니다.

실력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날들

한 번은 비 오는 날 라운딩을 강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코어는 말 그대로 ‘폭망’이었고, 볼이 미끄러져서 러프로 계속 날아갔습니다. 퍼팅은 물에 밀려 나갔고, 스윙 때마다 물이 튀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제일 많이 웃었던 날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왜일까요? ‘어떻게 쳤느냐’보다 ‘어떻게 보냈느냐’가 더 중요했던 하루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날들이 쌓이면서 ‘골프는 스코어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스포츠’라는 걸 깊이 느꼈습니다. 게다가 골프는 자연과 함께하는 유일한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맑은 하늘, 솔향기, 이슬 맺힌 그린 위를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하루 종일 걷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골프는 ‘실수’를 공유하는 스포츠입니다. 실수가 창피한 게 아니라, 누구나 실수는 한다는 걸 모두 알고 있기에 오히려 웃음으로 넘기게 되죠. 동반자와 “야, 이건 진짜 기록할 수도 없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라운딩 내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스코어에 연연해하지 않고 즐기다 보면 이런 유쾌한 경험들이 쌓이고, 스코어보다 사람이 더 남습니다. 또한, 가끔은 ‘포기할까’라는 마음이 들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골프를 시작했던 이유는 뭐였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즐거움’이었다는 걸 다시 떠올릴 때, 다시 티박스에 설 힘이 생겼습니다. 결국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계속해서 나를 이끄는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잘 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걷고 싶고, 웃고 싶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스포츠. 그게 골프입니다.

골프의 진짜 재미는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처음엔 골프를 기술로만 접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멀리 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퍼팅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 그 질문만 반복하며 연습했고, 스코어에 지나치게 집착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실력보다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죠. 그날 하루 라운드가 아무리 엉망이어도,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다음 샷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그건 좋은 골프였습니다. 골프는 인생과 많이 닮았습니다. 계획대로 되는 날보다, 예상치 못한 순간이 더 많고, 작은 실수가 큰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배운 교훈은 스코어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코어와 상관없이 오늘도 다시 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 골프는 이미 성공한 것입니다. 혹시 오늘 라운딩이 아쉬웠나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공 하나가 사라졌어도, 그 날의 하늘은 여전히 예뻤고, 실수했던 샷은 다음번엔 고쳐질 수 있고, 동반자와 나눈 웃음은 오래 남을 테니까요. 골프는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즐기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우리는 숫자가 아닌 기억을 쌓기 위해 골프장을 찾는다는 걸, 오늘 하루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