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스코어는 누군가에게는 수치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가 오랜 꿈이자 인생의 도전입니다. 이 글은 40대 직장인 여성 골퍼가 골프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마침내 '싱글 플레이'에 도전한 날의 기록입니다. 반복된 연습, 무너졌던 멘탈, 이겨낸 긴장, 그리고 홀 하나하나에 깃든 진심과 눈물. 숫자보다 깊은 이야기를 통해, 당신의 도전에도 작은 용기 하나 보태드리고 싶습니다.
싱글 스코어를 꿈꾸는 그날, 도전은 시작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싱글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골프가 그저 운동이었고, 어느 순간엔 스트레스 해소의 탈출구였습니다. 회사를 마치고 연습장에 가는 시간은 마치 나만의 비밀 아지트 같았고, 풀냄새 가득한 필드는 도시의 피로를 씻어주는 쉼터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 어떤 목표가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이제는 싱글에 도전 해 볼까?'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매 라운드마다 생각났고, 어느 날부턴가 샷 하나하나에 그 목표가 스며들었습니다. 점수는 80대 초중반에서 안정적으로 머물기 시작했고, 페어웨이 적중률도 눈에 띄게 늘었을 무렵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진지한 도전자’가 깨어났습니다. 그건 누가 시킨 것도, 누가 보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가 나에게 던진 하나의 약속. “이제는 한 번 해보자. 진심으로.”
루틴을 다듬고, 흔들림을 붙들다
도전 날짜가 정해졌을 때, 나는 평소보다 훨씬 조용해졌습니다. 흥분도, 부담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그보다 먼저 찾아온 감정은 ‘책임감’이었습니다. 내가 내게 약속한 그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 누구보다 나 자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나는 루틴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했습니다.
드라이버 셋업은 어디까지 숙이고, 백스윙 탑에서 어떤 타이밍에 힘을 빼야 하는지. 아이언 샷 후 팔로스루는 얼마나 유지해야 할지. 그동안 몸으로만 익혔던 것들을 언어화하고 머릿속에 써 내려갔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 전, 15분간 거울 앞에서 루틴을 반복했고, 다른 사람이 보면 ‘과해’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나만의 방식이었답니다.
정신적인 준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명상 앱을 켜고 5분 동안 눈을 감고 호흡을 세는 습관을 들였고, “오늘 한 타 한 타에 최선을 다하자”고 하루에 열두 번은 스스로에게 속삭였습니다. 웃기게도, 그 시간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답니다. 나는 ‘싱글을 쳐야 한다’는 욕심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치자’는 다짐으로 무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골프장에 선 나, 그리고 진짜 나
도전 당일.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은 뜨거웠고, 골프장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친구들은 “오늘 느낌 어때?”라며 농담처럼 물었고, 나는 그저 “가벼워”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습니다.
티박스에 선 순간, 발끝에 힘이 실리는 걸 느꼈습니다. 드라이버를 잡은 손은 떨렸지만, 루틴대로 깊게 숨을 들이쉬고 백스윙을 그렸습니다. 휘익— 소리와 함께 날아간 첫 티샷은 오른쪽 경사에 걸쳐 있었지만, 그건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그날 나는, 이상하리만큼 침착했고, 마치 필드와 내가 하나가 된 기분 이었습니다. 파, 보기, 또 파. 흔들릴 듯 말 듯, 중심을 지키며 나아갔습니다.
후반 15번 홀. 약간 무리한 세컨샷이 러프에 걸렸고, 평소 같으면 욕부터 튀어나왔을 상황이었는데 나는 그냥 공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아직 끝난 거 아니야.” 그날 나는 그 말이 진짜라는 걸 믿었습니다.
마지막 홀에서의 퍼팅을 남기고 스코어를 계산하던 순간, 나는 손을 멈출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퍼팅을 얼마나 신중하게 하느냐지, 숫자가 아니야.’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공을 굴렸고, 마치 자석처럼 공이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
79, 그리고 나의 진심
스코어카드에 처음으로 ‘79’라는 숫자를 적을 때, 손이 잠시 멈췄습니다. 내 눈이 그 숫자를 의심했고, 내 가슴은 그 의미를 알아차렸습다. 울컥했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는 클럽하우스로 걸어가는 길 내내 숨을 가다듬었습니다. ‘드디어 해냈구나.’
그날 이후 누군가는 말하더군요 . “한 번 싱글 쳤다고 뭐가 달라져?” 맞습니다. 싱글 쳤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회사일은 여전히 바빴고, 주말은 여전히 짧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달라졌습니다. 내가 나를 믿는 방식, 실패를 대하는 마음, 긴장을 끌어안는 자세. 그 모든 게 한 라운드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골프가 알려준 것, 삶도 결국 같은 경기라는 걸
싱글 플레이는 숫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 인간의 노력, 정직함, 그리고 자존감을 증명하는 여정이었답니다. 골프는 여전히 어렵고, 나는 아직도 실수투성이 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것 같습니다. 내가 준비하면, 언젠가 또 한 번 그 숫자와 마주할 수 있을 거라는 걸요요. 그리고 그 도전 자체가, 내 인생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연습장에 섭니다. 공 하나를 똑바로 보내기 위해, 내 안의 흔들림을 다잡기 위해. 싱글을 향한 다음 도전이 아니라, ‘더 단단한 나’를 향한 작은 걸음을 위해서 입니다.